동아시아의 경자유전耕者有田을 ‘농지개혁’과 ‘토지혁명’으로 유형화하여 비교, 고찰하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남한·대만은 유상매수의 농지개혁을 단행하였고 북한·중국·북베트남은 무상몰수의 토지혁명을 단행하였다. 이들은 냉전체제 성립기의 진영대립 속에서도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거의 동시에 각기 자본주의식·사회주의식 산업화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이 책은 두 유형의 경자유전에 대하여 동아시아 차원의 비교 분석을 가하였는데, 이는 전에 없던 도전적 시도이다.

사회과학적 개념 차이를 내포한 ‘농지개혁’과 ‘토지혁명’

경자유전의 실행 방안에는 자본주의 공업화의 길을 닦은 경우(한국, 일본, 대만)로 지주의 농경지를 유상매수한 방식과 사회주의 공업화의 길을 닦은 경우(북한, 중국, 북베트남)로 지주의 모든 토지를 무상몰수한 방식이 있다. 지주 토지를 몰수하는가 매수하는가에 따라 구사회의 지배계급의 물적 기반이 단절되느냐 연속되느냐가 갈라지기 때문에 전자는 혁명적 성격을 후자는 개혁적 성격을 갖는다. 개혁과 혁명의 차이는 분배대상 토지를 지주 소유의 ‘농지’로 한정하느냐 지주소유의 모든 ‘토지’로 확대하느냐의 차이를 수반한다. 이에 이 책에서는 제1부 유상몰수의 농지개혁, 제2부 무상몰수의 토지혁명으로 나누어 두 유형의 경자유전을 비교하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비교사적 연구서

그동안 각국의 경자유전에 대해서는 일국사의 시각에서 많이 연구되었다. ‘죽의 장막’으로 인해 연구자의 시야가 차단되었던 냉전시기에는 그처럼 국가별로 고찰하는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탈냉전시기에 접어들어 새로 공개된 관련 문서들도 섭렵하면서 국경은 물론 냉전의 진영을 넘어 상호 영향을 주고받은 사정을 재조명하는 작업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불가결한 학술과제가 되었다. 이 시점에서 각국의 경자유전을 연관과 비교의 동아시아 지역사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는 이 책은 국내 최초의 비교사적 연구서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쪽수 : 420쪽
출판사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2014년 12월)
ISBN : 9788952115966